선교지에서온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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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인도네시아 김종국선교사 조회수 : 1137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06-06-22



중부자바 족자 지진참사의 중앙에 서서                         2006. 6. 10

인도네시아 김종국선교사

중부자바의 특별시인 족자에서 남쪽 20 Km  지점인 반뚤지역을 진앙지로 5월 27일 새벽 5시 55분, 리히터 규모 6.2의 지진은 이 평화로운 녹색의 땅을 여지없이 흔들어 놓았다.
족자는 우리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1986년, 한국사람 하나없던 이곳에 우리가정이 처음으로 둥지를 틀고 살았었다. 자녀들의 유아기, 초등학교 추억이 고스란히 여기에 묻어있다. 머라삐 화산에서 흘러내리는 반짝거리는 실날 같은 용암줄기는 밤마다 찾는 우리의 볼거리였다. 나 역시 30대와 40대 초반을 여기에서 열정을 불태웠고 사역했다. 주말마다 신학생들을 한 차 가득 태우고 구눙끼둘 산간벽지부터 발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뛰어다니며 몸을 던져 사역했던 곳이다. 시골 간이역 같은 족자공항은 미리 전화하면 비행기 출발도 늦추고 기다려 주었던 인정넘치는(?) 사람들이었다. 눈을 감아도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정겨운 우리 동네였다. 그런 도시가 지금 지진의 피해의 중심에서 현재까지 7000명 이상의 희생자와 20만명이상의 재해민을 내고 찢겨진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이다.

자진은 남쪽 해안을 비껴가기는 했지만 자바섬은 인도네시아 인구의 2/3가 모여 사는 실제적인 중심지이기 때문에 많은 인명피해를 가져왔다. 족자시내에서 차로 20분을 달려 사탕수수밭과 좌우의 넓은 평야들을 지나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반뚤지역, 끌라텐지역을 돌아보았다. 이미 10여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쌓여진 돌무더기와 길을 가로막고 도움을 요청하는 서민들과 무게중심을 잃은 채 붕괴직전에 있는 파손된 건물들은 도시를 흔든 지진의 힘이 얼마나 컸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 했다. 아직 집의 모양은 남아있더라도 내부는 심한 균열과 찌그러진 성냥갑마냥 언제라도 건드리면 콘크리트벽과 붉은 기와가 우르르 쏟아질 판이어서 사람들은 아예 집 마당에 천막을 치고 생활하고 있었다. 반뚤지역과 클라텐 지역은 집의 형태를 알 수조차 없이 돌무덤만 쌓여있었다. 인도네시아는 환태평양지진대에 있어서 지진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이번 지진이 예전과 다르다면 옆으로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위아래로 들썩거리는 큰 강도의 지진이었고 흔들림이 반복되면서 집도, 차도, 건물도 곤두박질 넘어져 나갔다.

어디로 가야하나?
드러난 깨어짐과 무너짐보다 더 무서운 것은 술렁이는 악성루머였다. 어디든 뛰쳐나가야 했다. 쓰나미가 온다는 소문이 퍼졌다. 지진으로 인해 우물의 물들이 분수처럼 터져나왔고 범람하는 물을 바라보는 주민들은 쓰나미가 올 것이라 생각하고 무너진 집을 빠져나와 바다 반대편의 산지인 깔리우랑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런 반면, 높은 지대에 살던 주민들은 지진이 머라피화산과 연결되어있다고 생각하고 저지대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깔리우랑의 중간 지점인 빠껌은 내려가려는 사람들과 올라가려는 사람들이 부딪쳐 한때 아수라장이 되었다고 하니 그 때의 혼돈은 어떠했을까? 아침 9시경에 일어난 일이었다. 경찰들마저 갈팡질팡이었다니 치안은 뒷전이었다.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반뚤지역은 무슬림거주지역으로 기독교에 대해 상당히 적대적인 지역이어서 아주 작은 숫자의 교회만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쓰나미 재해 때처럼  금번 지진 이후에도 가장 발빠르게 찾아와 구호의 손길을 펼친 사람들은 기독교회였다. 전기, 물, 통신이 두절된 상태에서, 일의 절차를 기다리고 책임을 넘기는 정부를 믿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기독교회는 아름아름으로 힘을 합해 쌀과 생필품, 약품을 싣고와 나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받기를 완강히 거절했다고 한다. 그런 터라 외지에서 들어 온 우리에 대해서도 상당히 경계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가족을 잃고 고통 가운데 폐허가 된 마을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사실 우리 역시도 훼파된 마을로 들어서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고 민망한 마음이었는데…….
우리는 함께 동행한 복음장로교단의 요하네스목사의 친척이 피해지역에 살고 있었기에 방문을 빌미로 깊숙한 곳까지 들어갈 수 있었고 고통의 중심에서 그들의 필요와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한 골목에서만도 26명이 죽었고 부상자와 살아남은 사람들은 인근의 임시 대피소로 옮겨갔고, 떠나길 싫어하는 노인들과 얼마간의 청년들이 복구에 안간힘을 쓰고 있을 뿐이었다. 여진은 거의 매일 계속되었고 지진 감지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민감해서  트라우마라는 깊은 병에 너도 나도 시름시름 앓고 있는 것 같았다.    

세 남매
에카는 까무짭짭한 맑은 눈을 가진 고 1 여학생이었다. 우리가 그 여자아이를 만난 것은 두 동생과 함께 집터 쓰레기더미에서 무언가를 찾고 줍고 있을 때였다. 허물어진 돌더미 속에서 아버지의 사체를 발견했을 때, 아버지는 어머니를 안고 쓰러져 있었고 어머니는 자식을 안고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자신의 몸으로 무거운 콘크리트의 무너짐을 받아내며 방패가 되어 쓰러져갔다. 엄마는 허리를 다쳤고 아이는 안전했다. 이제 세 아이들만 덩그랗게 남겨진 것이다.
졸지에 고아가 되어버린 세 남매를 무엇으로 위로할 수 있을까? “목숨을 버리고까지 너를 지켜주었던 아빠의 사랑을 잊지 말아라. 너희는 그런 사랑을 받았기에 결코 불쌍한 아이들이 아니란다. 그 사랑이 끝까지 너희를 지켜줄꺼야. 더 열심히 공부하고 살아야 한다.’’ 말하는 나도, 그 아이들도 울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들이 너무 짧다는 사실에 가슴이 메어져 왔다. 어떤 말을 할 수 있는가?
나는 에까가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안기어 눈물을 쏟을 수 있었던 사랑스런 아이라는 사실이 위로가 되었다. 올곧게 반듯하게 자랄 수 있기를 기도했다.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 하나님의 사랑은 끝까지 책임지시는 사랑인데, 나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얼마간의 물질적인 지원으로, 정리되지 않은 혼돈스런 마음과  아픔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 차를 돌려 빠져나왔지만 우리는 더 이상의 할 말을 잃고 있었다.  

복음장로교단 교회 피해상황
중부자바의 선교사역의 열매로 1989년 복음장로교단이 설립되어 정부 종교성에 정식교단으로 등록되어 교회를 개척할 수 있는 모체가 되었다. 현재 김선교사가 교단장으로서 현지목회자를 세워 인도네시아에 복음주의적 교회를 세워가고 있다. 중부자바에는 5개 교회가 개척되어 있는데 이번 지진으로 인해 3교회가 부분적으로 피해를 입었다. 교인들은 12 가정이 피해를 입었다. 지진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어서 인명피해는 비껴갈 수 있었음이 하나님께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에벤에셀교회당은 꼬망목사가 섬기는 교회로서 벽의 여러 곳에 금이 가고 기와가 떨어져 나갔다. 벽돌울타리는 큰 틈새를 내고 기울어졌다. 그러나 보수가 가능하다. 그러나 꼬망목사의 사택은 피해정도가 심했다. 붕괴 위험이 있어 수리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고 재건축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엘샤다이교회당(요하네스목사)과 뻬트라교회당(사울목사)도 천장이 떨어져 나가고 벽에 금이 가는 피해를 입었지만 얼마간의 보수공사로 사용이 가능할 것 같다.  

쏟아지는 간증들
예상을 뒤집는 일들이 이런 재해의 와중에 일어나고 있었다. 천막생활과 비로 인한 호흡기질병, 그리고 주택의 붕괴 위험으로 슬픔 가운데 있어야 할 사람들이었는데 교회는 오히려 기쁨과 감사에 충만해 있었다. 그들은 주님께서 이번 재해로 인해 반목하던 이웃들이 그리스도인인 자신을 받아주게 되었다고 간증하며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렸다. 어려움을 당한 이웃을 돕는 일에 교회가 앞장 선 결과, 적대심이 변해 이제는 가까이 다가와 도움을 청하는 관계로 변화되었다. 자신이 당한 고난보다 하나님의 나라 확장에 초점을 맞추어 이 재난을 해석하고 있었다. 위기는 교회 모두에게 믿음의 확신을 심어주는 기회가 되었다.
교회는 축복의 통로가 되어 지역사회에 복음의 증거가 되고 있었다. 젊은 학생들이 많은 교회여서 비록 돈은 없지만 기독교 단체와 교회들의 지원을 받아내어 피해지역을 다니며 나누는 기쁨으로 교회는 오히려 큰 기쁨과 생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음식을 만들어 동네 사람들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하고 구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곳을 찾아 필요한 구호품을 재빠르게 나누고 있었다. 실제로 구눙끼둘 같은 산지의 사람들에게는 길이 끊어져 구호품 전달이 어려웠고 중도에 약탈당하는 일이 줄곧 일어났다. 재해의 중심지역은 구호의 손길이 넘쳤는가하면 관심의 외곽지대에 있는 사람들은 생필품의 위기 가운데 있었다. 이슬람권이기에 아무도 교회나 복음에 대해 내어놓고 말하는 것은 자제되었고 또 할 수도 없었지만 도움을 받는 그들은 알고 있었다. 교회는 이 재해를 복음전도의 최적의 기회로 삼아 평소에는 가까이 갈 수조차 없었던 무슬림들과 불신자들 속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실로 지진은 콘크리트벽을 무너뜨렸지만 그리스도의 사랑은 타종교인들과의 관계의 높은 장벽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고난 뒤에는 감추어진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 있음을 믿는다. 하나님은 어쩌면 지축을 흔들어서라도 관계의 벽을 헐고 이 시대에 그의 구원의 소식을 증거할 기회를 찾고 계시는지도 모른다.
이런 위기를 하나님의 기회로 올려드려야 한다는 강한 비젼과 의지를 우리는 주일 예배를 드리며 주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동일하게 심어주셨음을 확신했다.  그래서 우리는 교단적으로 몇 가지의 복구사업을 통해 복음의 접촉점을 찾도록 기도하며 이 일을 위해 한국교회의 기도와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    

복음장로교단 교회의 복구사업 계획
1.        현재 인니정부는 복구( Rehabilitation)에 초점을 두고 그동안 여러 기관에서 지원하던 것을 창구일원화해서 정부가 관장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NGO 의 구호활동도 제한적으로 철수시키는 추세여서 교회가 직접적인 구호사업을 펴 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        재해민을 위해 생계비의 최저지원과 월 10킬로의 쌀을 지급할 것을 정부가 약속했지만 국민들은 별로 기대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3.        정부는 피해정도를 3등급하여 완전한 조사를 마친후 지원을 한다는 방침이다. 조사가 언제 이루어질찌, 어떤 규모의 지원이 보장될찌에 대한 확신을 국민들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조사가 장기화될 경우 임시거처의 마련이 필요하다.
4.        재해로 일자리를 잃게 되어 가정의 생계의 위협과 자녀양육의 어려움에 처해 있다.
5.        따라서 우리 교단은 가능하고 가장 필요한 복구사업을, 조속히 수행하려고 한다.
여기에는 지역교회가 중심이 되어 자원인력을 보내고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되 재해현지의 정서를 고려해 외부의 사람들이 주도하기보다 그곳 주민들을 참여시키고 주도하게 함으로 자활과 복구를 돕고자 한다.
1)        이재민들의 임시 거처 준비 프로젝트: 이재민들은 무너져있더라도 자기 집터에서 가족이 모여살기를 원하고 있다. 임시 대피숙소에 머물고 있지만 하루빨리 돌아오길 원하고 있다. 무너진 건물의 잔재들을 치우는 일이 시급하지만 일할 수 있는 노동력이 없다. 이런 가정들을 위해 노동력을 고용해서 대신 치워주는 작업이 시급하다. 이 프로젝트는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함으로 자립을 돕고, 피해자들에게는 정부의 실제적 지원이 있을 때까지 임시거처를 마련해 줌으로 가족이 한 곳에 모여 살고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현재 사용하는 텐트는 해외단체들이 지원한 캠핑용 텐트여서 일상주거용으로는 부적절하다. 그래서 가옥의 형태를 지닌 기둥을 세울 수 있고 임시 주택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텐트 하우스의 보급이 필요하다.
2) 간이학교 운영 프로젝트:  Posko(임시 보급소) 를 만들어 간이 학교를 운영한다. 수천명의 자녀들이 학교교육의 기회를 잃었고 아동들이 부모를 잃거나 부상당해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한 마을을 선정해서 자원봉사 교사들이 아동들을 대상으로 학교교육과 더불어 위로하며 정신적 충격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치료하고자 한다. 다양한 어린이 프로그램과 스포츠, 게임, 그리고 간식 등이 필요하다.
        3) 주민대상의 무료급식과 생필품지급도 계속되어야 한다.
바라기는, 이러한 지진 재해 복구 프로젝트를 통해 복음전도의 문이 열리고 이 재해가 하나님의 기회로 올려드릴 수 있도록 한국교회 성도들의 기도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오직 선을 행함과 서로 나눠 주기를 잊지 말라. 이 같은 제사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느니라.” (히 13:16)
“그리하실찌라도….” 훼파된 땅에서의 무슬림들의 기도. “하루아침에 부모와 집을 잃은 에카와 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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