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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24차 목자컨퍼런스 참가 후기 | 조회수 : 779 |
작성자 : 정재욱 | 작성일 : 2017-08-31 |
사춘기 딸내미를 혼자 내버려둘 수가 없어서 아내를 집에 남겨두고, 목자 컨퍼런스행 교회버스에 올랐다. 우리 교회에서는 총17명의 목자&목녀님이 참석하였는데, 부부참석이 아닌 사람은 나 혼자였다.
컨퍼런스 참석기간 동안의 업무를 미리 당겨서 처리하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터라 버스에서 잠을 잘 생각했었는데, 막상 버스에 올라타니 잠이 오지 않았다.
‘맡겨 놓은 계약서류는 잘 처리할까?......’
‘신입직원이 사고치지는 않겠지?......’
‘다음 주 제출하는 지원사업이 꼭 선정돼야 할 텐데.......’
몸은 문경을 향해 달려가는데, 생각은 여전히 울산의 어딘가를 헤매고 있었다.
문경 ‘STX 리조트’는 짙은 녹색이 깊은 산세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고, 이미 많은 목자&목녀들로 그 넓은 리조트가 가득 했다.
밤색 앞치마를 어설프게 두른 배불뚝이 아저씨가 여기가 가방 맡기는 곳이라고 크게 외치고 있었는데, 목에 걸린 이름표에는 ○○교회 담임목사라고 쓰여 있었다. 간식코너에서 사용법이 낯선 커피메이커와 씨름하고 있는 뽀글뽀글 파마머리 아줌마의 이름표에는 ○○교회 사모라고 쓰여 있었다. 둘러보니 그런 분들이 40~50명 정도 각자 다른 역할을 하며 봉사를 하고 있었다. 권위를 내려놓으신 모습이 신선했고 아름다웠다.
나눠 받은 티셔츠를 입고 행사장에 가보니 노란색 물결이 장관이었다. 목자&목녀 경력 3년 이상만 신청 가능했는데도 80개 교회 500명이 참석했다고 했다. 작년엔 700명이었다니....... 이 많은 사람들이 주님의 사명에 동참하기를 원하며 목자&목녀로 헌신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모를 감동에 찬양하는 동안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3만 명이 메인스타디움에서 함께 애국가를 부른다한들 이런 감동은 있을까?
주제 강연과 선택식 강연, 그리고 간증과 오겹줄 나눔으로 채워지는 하루의 일과가 벅찬 부분도 있었지만, 스케줄을 따라가다 보니 아침이 저녁이 되고 저녁이 그 다음날 아침으로 빠르게 이어졌다.
백석대학교 홍인규 교수님의 주제 강연에서는 신약시대 교회의 성서적 모습을 추구하는 가정교회야말로 힘을 잃어가는 기독교의 희망이라고 강조하셨는데, 거룩한 부담감과 영적 자긍심으로 가슴이 뜨거워졌다. 크리스찬의 가정생활에 대해 강연하시며 말씀 내내 웃음 속에 지식을 담아 주신 박수웅 장로님은 부부가 서로 다른 성격으로 만났다는 것은 하나님의 축복이라며 상대의 단점을 보완해 주기 위해 배우자에 대해 서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나의 기준에서 늘 아내의 부족한 부분을 ‘체크’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 민망했다.
둘째 날, 오렌지 티셔츠를 입고 오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오겹줄 멤버들과 차를 타고 용추계곡이란 곳에 나들이를 갔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길을 30분 정도 걸어 올라가는데, 평일이어서 사람도 없고....... 깎이고 패인 바위 사이를 흐르는 계곡물에 햇볕이 아른거렸다. 양말을 벗고 신발도 벗고....... 발을 담갔다.
빠르게 흐르는 계곡물이 담긴 발을 스쳐 지나갈 때, 내 몸 속의 조급함, 욕심, 고집들이 발끝을 통해 먹물처럼 번져 나가는 것 같았다.
이렇게 좋은 경험을 가족들과 함께 할 수도 있었는데....... 일에 쫓겨 그렇지 못했던 지난 시간들이 후회되었다.
오겹줄 멤버들과 늦은 밤까지 서로의 사역에 대해 기도하며 경청했던 시간은 남자들도 수다를 떨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연두색 티셔츠로 시작된 셋째 날.
마지막 주제 강연의 강사였던 다운공동체교회 박종국 목사님께서는 여느 때처럼 살짝 비튼 위트와 지나친 솔직함으로 목자&목녀들의 마음에 부드럽게 다가와 선명한 메시지를 전하셨다.
‘나는 하나님께서 부리기 쉬운 종인가?’.......
21세기 소수자의 인권조차 철저히 보호받는 시대에 스스로 ‘종’이 되겠다고 모인 500명의 사람들에게 보통 ‘종’이 아니라 주인이 부리기 쉬운 ‘종’이 되라고 대놓고 얘기하는 기독교에 대해 믿지 않는 세상의 사람들은 뭐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컨퍼런스 기간 내내 들었던 생각은, 울산시민교회는 제대로 열심히 가정교회를 하는 교회라는 것이었다. 많은 이들의 희생과 열정으로 우리교회가 여기까지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내가 사역자로서 부름을 받아 주님의 ‘종’으로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다.
알고 있다는 것과 느낀다는 것은 다르다.
주님 안에 있으면서도 주님으로 인해 감격하지 못했던 울산에서의 시간들......
목자가 되고 초원지기가 되면서도 흐르는 시간 속에서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내가 게을렀구나.......’
정기적이고 집중적인 자기점검 없이는 제대로 된 목자사역을 감당할 수 없다.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휴대폰에 가득 쌓인 업무관련 문자와 메일을 보면서 다시금 ‘바쁜 일상’으로 복귀하는 게 실감됐다. 올 때와는 반대로 몸은 울산을 향해 가는데 생각은 목자컨퍼런스의 시간들 속에 머물러 있는 걸 느꼈다.
주님의 일도 세상의 일도 포기할 수 없어서 매일 버거운 삶을 살았는데, 컨퍼런스 이후에도 여전히 그러한 삶이 반복되는 건 아닐까 잠시 걱정이 되었지만, 내 삶에 충만한 주님의 인도하심에 집중하면 이전과는 다른 영적 질서가 생길 것이란 생각이 들면서 마음에 평안이 느껴졌다.
사명자로의 부름은 커졌지만 마음이 홀가분했다.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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