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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상처 조회수 : 1128
  작성자 : 박정남 작성일 : 2019-03-06

저의 가장 큰 약점은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절박하게 도움을 구해오면, 속이려는 의도가 엿보여도 도와달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딱하게 여겨져 쉽게 동화됩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주변에서 다루기 쉬운 사람으로 취급됩니다. 실제 그런 대우를 받을 때도 많고, 바보같이 손해 볼 때도 있어 저의 이런 약해빠진 심성이 얼마나 싫고, 화가 나는지 모릅니다. 

그러다, 나이가 들면서, 손해가 손해가 아니고, 양보가 양보가 아니며, 희생이 희생이 아니라는 걸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습니다. 나를 속여 먹으려고 다가와도 얼마나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정직하게 대응하는가가 왜 중요한지를 조금씩 깨닫습니다. ‘어림 반푼어치도 없어하며 단칼에 거절하고, 감히 도와달라고 말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평소에 냉정하게 자기관리에 철두철미한 사람이 이제는 그렇게 부럽지 않게 되었습니다. 약한 게 결코 약하지 않다는 걸, 이제 조금씩 맛보기 시작했다고 할까요.  

유명한 사람인지 잘 모르겠는데, 장현성이라는 배우가 어느 신문에 이런 이야기를 해놓은 걸 읽은 적이 있습니다. “‘배우는 가장 상처받기 쉬운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사실, 현실을 살아가려면 굳은 살을 무기 삼아야 한다. ‘그 정도로 나는 아프지 않아, 괜찮아라고 위로하면서 우리는 점점 두꺼운 갑옷을 입는다. 하지만 배우는 나이가 들어도 감수성만큼은 계속 다치기 쉬운 상태로 유지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야 새로운 작품에서 새로운 충격을 받고 새로운 감정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이 사람의 말을 읽으면서 예수믿는다고 발버둥치면서 양심의 살은 더욱 두꺼워지고 딱딱하게 굳어가는 신앙, 믿는다고 하면서도 더 두꺼운 갑옷을 껴 입고 있는 저의 처지가 정말 딱하게 여겨졌습니다. 쉽게 상처받고, 다치는게 싫어서 겉으로 강한 척, '그 정도로는 아프지 않아!' 하면서 스스로를 위장하느라 힘들었던 과거가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르겠습니다. '그까짓거 괜찮아, 그 정도로는 상처받지 않아' 하는 둔감함이 용기있게 세상을 잘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양심이 두꺼워져 있고, 굳어 있는 걸 말하는데도 말입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달려가야 할 신앙의 길에서 가장 상처받기 쉬운 영혼을 가진 사람은 누굴까? 목사님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상처받기 쉽고, 다치기 쉬운 영혼의 상태를 가져야만, 그래야만 신앙의 양심이 가장 깨끗한 상태일테니깐요. '그 정도로는 아프지 않아, 괜찮아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두꺼운 갑옷을 입는 상태에서는 능력있는 영성도 나올 수 없을 겁니다. 특별히 종교생활을 신앙과 믿음이라고 착각하면서 교회에 대해 불만과 불평, 서운하고 섭섭함이 생기더라도 쉽게 상처받고 다치기 쉬운 영혼의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목사님에게는 말과 행동을 더더욱 조심하고 삼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사님 뿐만 아니라, 신앙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믿음의 동역자들 중에서 쉽게 상처받아 다치기 쉬운 사람을 만나면 이제는, 깨끗한 양심을 가진 분으로 더 높게 존경해야겠습니다. 동시에 상처받지 않는 나는 두꺼운 갑옷을 입고 있는 것이라고 뉘우치기로 결심했습니다. 똑같은 말인데도, 저 사람은 쉽게 상처받고 마음을 다쳐 괴로워하는데,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면, 나는 굳은 살을 무기삼아 상처없이 뻔뻔하게 세상을 잘 살아가고 있다고 착각하는게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내 신앙의 양심은 십자가의 도나, 눈물, 희생, 사랑으로도 도저히 뚫을 수 없는 두꺼운 갑옷을 입고 있는 것이나 진배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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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3

윤성찬2019.03.07 15:16
생각하게 하고, 고민하게 하는 글을
조용히 올리셨다가 조용히 지우시는 목자님 ^^

목자님의 글에서
목자님의 섬세한 성품과 고민의 시간들
그리고 조심함이 뭍어 있는것 같습니다.^^

오늘 목자님의 글도
하고 싶은 말을 많이 갖게 만드는
글인것 같습니다. ^^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것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
권현희2019.03.08 13:17
저는 늘 반성문을 드립니다 저녁시간에요... 거친성격도 있고.. 분명한 나의 생각! 거절을 상대에게 하는 편이여서요 어쩔땐 아... 너무했구나 뒤돌아 또 반성합니다 그려면서 조금씩 나아지려고 하고 있어요 남들과 틀린것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면서 포옹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손영준2019.03.09 09:19
목자님,
Peace be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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