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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기도, 순종, 감사-시어머니와 친정엄마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 | 조회수 : 978 |
작성자 : 정선희 | 작성일 : 2020-04-12 |
4월 11일 새벽예배 후 기도 중 주일 부활절 예배를 잘 드리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가족들을 위해 토요일 저녁 식사를 잘 준비하고(수육), 자기 전에 가족들의 발을 씻겨주리라 다짐했다.
그런데 기도하면서 통곡이 터져 나왔다. 오랜만에. 무엇에 대한 통곡이었을까를 기도하며 하나님께 물었다. 내가 지고 있는 짐에 대한 부담으로 나는 울었다. 하나님은 분명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고 말씀하시는데, 나는 내 짐이 무겁다고 힘겨워하며 살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나는 왜 마음의 짐을 지고 살아야 하는가? 남동생의 법적 문제들과 생활고, 시누이들의 중한 질병, 시어머니와 친정엄마의 딱한 형편, 남편과 자녀들.
모세가 하나님께 민수기 11장 12절에 이 모든 백성을 내가 잉태하였나이까 내가 어찌 그들을 생산하였기에 주께서 나더러 양육하는 아비가 젖 먹는 아이를 품듯 그들을 품에 품고 주께서 그들의 열조에게 맹세하신 땅으로 가라 하시나이까 항변하듯 말한 것이 생각났다. ”내가 그들을 낳았나이까?“ 나는 전혀 할 수 없는 일이다. 당연하다. 그래서 예수님은 짐을 내려놓으라고 하셨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순종하라고 하시는 것 같았다. 짐을 내려놓고 작은 일에 하나씩 순종하라고 하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제 5계명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고 이 모든 일에는 사랑이 필요하다고. 그 사랑은 나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게서 오는 것이다.
담임 목사님의 사랑이 생각났다. 2009년 둘째를 출산했을 때 집으로 심방을 오셨다. 2016년 친정아버지의 장례식 때 부산 영락공원까지 오셨다. 작년 친정엄마의 무릎수술로 입원해 계신 부산의 병원에도 오셨다. 30년을 예수님 없이 살았던 나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에 대해 불편해 했다. 불쑥 찾아오신 담임 목사님을 통하여 교회는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주님의 사랑으로 도움을 주는 곳이 교회라고 느꼈었다. 그 사랑으로, 하나님이 주시는 사랑으로 모든 일을 감당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순종의 시작이다. 남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은 각자의 믿음에 분량에 맞는 순종을 요구하시며, 그 마음의 중심을 보신다.
친정엄마는 치매가 있으시다. 이틀 전 여동생이 엄마가 가스렌지에 국을 올려놓고는 한 시간 이상을 그대로 두었다고 했다. 여동생이 엄마를 모시고 있다. 엄마 자신을 챙기는 것은 고사하고 위험한 일을 하시는 것에 대해 화가 났던 모양이었다. 여동생은 정말 잘하고 있다. 그러나 함께 산 지가 벌써 4년이고, 그동안 말로 다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여동생은 엄마에게 화를 냈던 것에 대해 후회를 했다. 그 말을 듣는데, 여동생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엄마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 들었다. 엄마는 어떤 마음이실까? 눈치를 보며 살고 계시는 것 같다. 따로 살고 싶어도 이제는 집을 구할 능력도 없고, 치매 때문에 혼자 사시는 것도 위험하다.
어제 시어머니 생신이었다. 허리를 다치셔서 움직이는 것이 불편하시고, 두 딸이 중병으로 투병 중이라 시어머니는 생일상 차릴 형편이 아니라며 부산에 오지 말라고 하셨다. 남편이 금요일에 부산에 가서 어머니와 함께 시누이의 재활병원 이관을 도왔다. 내일도 남편이 부산에 가서 시어머니 병원 진료에 함께 갈 것이고, 처리해야 할 일들을 도울 것이다. 그래서 굳이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셨었다.
통곡이 되었던 두 번째 이유는 두 분 때문이었다. 두 분의 마음 상태가 비슷할 것 같았다. 가장 연약하고, 비참하며, 원통한 자들이 아닐까 싶었다. 두 분 다 정말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살아오셨다. 그런데, 지금 너무나 큰 고통 가운데 있으시다. 내가 두 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다만 그들과 함께 울어주는 것, 그것은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했다. 그제 시어머니 드릴 미역국을 끓이기 위해 소고기를 샀었다. 살까 말까를 망설이다가 박 쌤 덕분에 장을 보게 되었고, 국거리를 살 수 있었다. 이런 작은 것까지 세밀하게 인도하신 하나님이시다. 금요일 남편을 통해 시어머니가 안 와도 된다고 하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 속으로는 기뻤다. 한 주간 온라인수업 준비로, 출근하여 처리했던 일들 때문에 지쳐 있었고, 토요일은 쉬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경 읽은 것에 대한 묵상을 카톡에 올리고, 미역국을 끓이고, 씻고, 부산으로 향했다.
생신 선물로 홍삼을 사려고 가게에 가면서 시어머니와 통화를 하니 아직 홍삼이 남아 있어서 없어도 된다고 하셨다. 혹시나 해서 선물로 받았던 화장품을 들고 나왔었는데, 잘했다 싶었다. 생신 선물마저도 하나님은 미리 준비를 해주신 것 같다.
한 시간을 달려 시어머니를 만났다. 눈물을 글썽이시는 시어머니. 올 줄 몰랐다며 고맙다는 말씀을 몇 번이나 하셨다. 제가 어머니를 도와드릴 수 없어서 죄송하다고, 새벽에 기도하는데 시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져서 많이 울었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코로나가 사라지면 교회 가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누구도 아닌 본인을 위해 기도하시라고 말씀드렸다. 시어머니는 그러겠다고 하셨다. 감사했다.
30분 정도 얘기를 나누고, 친정엄마를 만나러 갔다. 여동생은 출근하였고, 제부도 약속이 있어서 외출을 했다. 조카들과 엄마와 배달된 점심을 먹었다. 엄마는 립스틱을 바르고 계셨다. 통화할 때 외출을 하자고 말씀드렸었는데, 그래서 립스틱을 바르신 모양이었다. 오륙도 해맞이공원과 스카이워크 전망대에 갔다. 유채꽃이 활짝 피어 있었는데, 꽃과 바다를 배경으로 엄마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엄마가 꽃보다도 예쁘다라고 말했더니 엄청 좋아하셨다. 엄마와 50분 정도 산책을 하고 집에 모셔다 드리고 울산으로 왔다.
엄마는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는지 잊으셨다. 어제 함께 했던 시간도 잊으실 것이다. 그래서 사진을 모아 책으로 만들려고 한다. 몇 년 전부터 생각했던 것인데 아직도 못하고 있다. 사진을 보며 기억을 더듬으시라고, 옛날 일이라도 계속 기억하시라고 사진과 글을 넣어 책을 만들었으면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저녁은 수육을 만들고, 남편과 예지, 하준이 발을 씻어줘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몸이 피곤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부산에 머물렀다. 딸한테서 전화가 왔다. 저녁은 치킨을 먹자고. 감사했다. 수육을 하지 않아도 돼서. 집 도착하여 창세기하부르타 질문에 답을 달고, 저녁을 먹고, 성경 통독을 했다. 그리고 발을 씻겨주려고 했는데, 남편은 이미 씻고 잠자리에 누워 있었다. 그래서 딸과 아들의 발을 기도하면서 씻어주었다.
하루가 너무 빡빡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주님과 함께 한 하루였다고 말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한 가지 더 감사하고 싶은 것은 기도할 수 있는 교회이다. 큰 소리내어 울며 기도할 수 있는 곳이 교회 말고는 없다. 마음이 슬프고 정말 울고 싶을 때 마음껏 울 수 있는 곳이 교회다. 그런 교회가 있어서 감사하다. 코로나가 종식되어 자유롭게 교회를 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주님, 감사합니다. 부활절 예배를 통해 작은 믿음도 괜찮다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증인으로 사는 것이 내 능력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순종하며 사는 것임을 깨닫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선한 능력으로 나를 보호하고 계심을 알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는 말씀이 하나님의 약속임을 믿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시어머니와 친정엄마를 구원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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