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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생명의 삶 | 조회수 : 653 |
작성자 : 박정남 | 작성일 : 2022-03-17 |
곰곰이 돌이켜 생각해보니 매년 이맘 때쯤이면 교회 전체 분위기에 눌려 새벽마다 세겹줄 기도회로 모이고 사순절 고난과 부활을 기억한다며 많은 분들과 함께 금식도 하곤 했는데 어느새 이런 열심이 먼 옛날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코로나 전염병 핑계 탓만 하기에는 바람빠진 풍선처럼 오그라든 현재의 제 신앙이 한편으로 너무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저 혼자만의 일이기를 바랍니다.
아주 어릴적 초등학교3~4학년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쓰러질 것 같은 가난한 시골 집에서 일 나가셨던 어머님이 돌아오시기를 기다리던 때가 있었습니다.아마 봄이 오기 전 늦겨울 방학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따뜻한 햇볕이 드는 처마밑 툇마루에서 성경책을 가지고 놀다가 문득 가장 짧은 성경은 무얼까 궁금해하며 이리저리 성경 분량을 비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아모스도 처음봤고 요한 일서 이서 삼서도 처음 보았습니다.그 때까지는 주일학교에서 배우던 마태복음이나 마가복음,누가복음 속 예수님 이야기가 전부였는데 짧은 성경을 찾겠다며 성경책을 뒤적이다 학개서를 발견하곤 몇 장 안되는 분량에 전체를 한 번 외워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방학 내내 따스한 햇볕이 드는 시골집 툇마루에 배를 깔고 누워 뜻도 모르면서 그냥 구구단 외우듯이 열심히 학개서를 외웠는데 그 때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오래 전 일이지만 학개서 앞 부문은 지금도 중얼거릴 수 있습니다.‘다리오왕 제이년 하나님 말씀이 선지자 학개에 임하여 스알디엘의 아들 유다 총독 스룹바벨과 여호사닥의 아들 대제사장 여호수아에게 임하여.....’
그날 그날 외웠던 걸 노동일 나가셨다 돌아오신 어머님 앞에서“들어보라고 내가 외웠던 거”라며 열심히 쫑알쫑알 거렸는데 어머님께서 아들이 외우던 성경을 아무 말씀도 없이 조용히 들으시며 우물가에서 다음 날 일 나가실 준비를 묵묵히 하시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그 때 그 툇마루에 배를 깔고 누워 성경을 외울 때보다 지금은 훨씬 더 좋은 집에서 배부르게 먹으며 넉넉해졌습니다.신앙도 열심입니다.그 때보다는 지금이 훨씬 더 기도를 많이 하게 되었고 새벽기도에도 나가고 교회봉사도 하고,헌금도 하면서 공적인 예배에 빠지지 않게 되었습니다.그런 종류의 신앙의 열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유년시절보다 지금 왜 더 까닭모를 허기가 지는 걸까요.왜 하면 할수록 배고프다는 생각이 더 드는 걸까요.모든 게 부족했던 그 때보다 모든 게 풍족하고 신앙에도 열심인데 지금이 더 채워지지 않고 어딘가 모르게 비어있는 헛헛함이 드는 건 왜일까요.
아무래도 지금 제가 하는 이 신앙이라는게 유년시절 그때의 단순함과 순수함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나이가 들면서 점차 습관처럼 되어버린 종교생활에 젖어 무감각해진 교회생활을 신앙생활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유년의 때에는 일상의 책임을 다했습니다.지금처럼 스마트폰도 없었고 텔레비전이나 인터넷도 없어서 주일학교에서 배우던 것만을 생각하였습니다.그리고 그 생각들이 입으로 나오고 저의 생활이 되었습니다.그런데 지금은 일상적인 죄를 반복적이고 상습적으로 저지르면서도 아무런 감각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 때는 순간을 버텨 냈습니다.아무리 작은 일 앞에서도 판단하고 선택하는 모든 기준이 성경이었고 목사님 말씀이었던 것 같습니다.그 때는 그 것 외에는 결정할 만한 근거를 알지 못했고 가지지도 못했습니다.그 때는 내가 믿고 의지할 만한 저의 지식과 경험과 계획,능력과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오로지 하나님의 다림줄을 먼저 찾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 생명의 삶 공부를 다시 시작합니다.그동안 여러차례 거쳤던 과정이지만 유년학교 시절의 그 열심과 순수함을 따라가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이번 생명의 삶 공부가 유년시절의 그 단순했던 신앙을 되살리고 마음의 중심과 고백을 되찾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마른 나무토막과 같이 죄에 무뎌진 지금을 이기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유년의 그 때처럼 햇볕이 따스한 봄날입니다.이성이라고 포장하고 변명해보지만 얼음장처럼 차가워진 제 영혼에 이번 생명의 삶공부로 따뜻한 성령의 바람이 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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