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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기도 조회수 : 482
  작성자 : 박정남 작성일 : 2024-08-04

덥습니다. 너무 덥습니다. 여름이면 더운 게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올해는 정말 기가 막히게 덥습니다. 그래도 일하는 사무실에 에어컨이 펑펑 돌아가 형편이 낫습니다. 퇴근 후에도 견딜만 합니다. 전기세 아낀다고 집 거실에만 에어컨을 켜 놓았지만 덕분에 잘 잡니다. 새벽에 예배당에 나가도 시원하게 돌아가는 냉방기 덕에 더운줄 모르고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다 그늘에 앉아만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이 무더위에, 바깥에서, 야외에서, 땡볕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우리 교회에서 같이 신앙생활하는 형제자매 중에 바람 한 점, 그늘 한 점없는 이 뙤약볕 아래에서 일하는 그 분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어제 저녁에도 너무 더워 에어컨 켜 놓고도 온갖 불평 불만 쏟아내던 제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매일 아침 시원한 예배당에서 자식 잘 되고, 돈 많이 벌고, 높은 자리 올라가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달라고 비는 기도가 몸 둘 바 모를 정도로 딱하고 한심스럽지만 그 기도제목 중에 한 가지를 덧붙여야겠습니다.

내일 아침부터는 살갗이 타 들어갈 것 같은 이 땡볕 밑에서 일하는 우리 형제 자매들의 고단한 일상과 건강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에어컨은 커녕 바람 한 점 들어올 곳 없는 좁은 단칸방의 깊은 고독 속에서 먹고사는 문제로 오로지 주님의 도우심을 엎드려 간절히 구하는 형제자매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젊었을 때는 몸과 마음, 돈과 시간을 들여 충성하다 이제는 늙고 병든 지친 몸을 이끌고 창문 하나 없는 어둡고 칙칙한 방에서 오로지 주님의 위로를 구하는 절대 고독속에서 더위와 싸우는 믿음의 선진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이 무더위 속에 죽음 앞에 서서 질병과 싸우는 형제자매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육체가 훨씬 고통스러워지는 무더위 속에 눈물나는 아픔, 깊은 한숨 쉬는 두려움 앞에서 사시나무 떨 듯 떠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으로 휴가를 떠난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기도해달라는 말에 마음 상하지 않겠습니다. 땡볕에서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긍휼없이 에어컨 돌아가는 사무실에 앉아 건강을 지켜줘 감사하다는 그 맥없는 소리에 속상하지 않겠습니다. 기도한다고 땡볕 아래 일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백분의 일이나 알겠습니까만은, 그래도 그 형제자매들을 위해 잠잠히 기도해야겠습니다.

털털털 돌아가는 반쯤 고장난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이 무더위 땡볕 속에서 일하는 교인들이 떠올라 도무지 에어컨을 켜지 못하겠다고 깊은 한 숨 속에 떨리는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설교하시던 원로목사님 모습이 슬퍼지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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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3

권현희2024.08.04 14:21
아... 날씨가 많이 덥지요... 지금도 현장에 근무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마음이 불편함을 공감 합니다 저의 직업 특성상 에어컨이 없이 현장에서 근무 하시는 분들이 다 수 여서요 그들을 위해 기도? 하는 것도 그래도 해야겠지요..
기도하겠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하겠습니다
구신회2024.08.13 16:05
옛날
전기도 아니 들어오는 외딴 산골에 살다가
국민학교 3학년때
오리쯤 떨어진 아랫동네로
이사를 왔습니다
교회당과 삽작을 마주한 초가집이었지만
전깃불도 있고
마을 공용스피커도 대청마루에 있었지요
새학기가 막 시작할 2월 말엽으로
피곤한 첫날밤을 자는데
할아버지의 새벽종 소리가
얼마나 크던지
"떵그렁 떵그렁"
지붕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날이후
부산으로 이사하던 6학년 말 까지
할아버지는 하루도 빼놓지 않으시고
새벽종을 치셨더랬죠
매일도 아니고
엄마 따라 간 찬 새벽에
뭔 기도를 했겠습니까만

그때의 주님은 오늘도
우리 집을 지켜 주십니다

기도
박목자님을 따라
흉내내진 못하지만
적어도 목장을 짊어지고
기도합니다
류지홍2024.08.15 21:05
목원 중에 땡볕에서 주님만을 의지하고 일하시면서 이겨내는 동역자님이 계셔서 공감이 갑니다.
울산은 중화학 산업 도시로 근무 환경과 형태는 다르지만 현장에서 근무하시는 근로자가 80% 이상 될 듯 합니다.
석유화학 단지 안에서 일하시는 분은 설비 가동 열기로 체감 온도가 3~4도 높아 온열 환자의 발생과 위험성이 상존~ 중공업 선내 작업 환경은 에어콘을 설치 할 수 없어 불어 주는 찬바람을 의지하며 극한 작업을 수행~
또한 원자력 발전소가 안전하게 운영하고 있지만 자연 재해로 안전시스템이 무너지면 상상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루 하루가 주님의 은혜이며 감사합니다. 울산과 시민의 안전을 위해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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