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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상품권이 새끼 쳤네! 조회수 : 328
  작성자 : 박재준 작성일 : 2024-09-04

                                  상품권이 새끼 쳤네!

어른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 생긴다는 속담이 있다. 망팔(80)을 앞둔 나에게는 이렇게 고쳐본다. ’마누라 말에 순종하면 만사가 오케이, 덤으로 보너스까지 받는다. 2021.12.25.성탄절 예배 때 이종관 목사께서 출석 교인들한테 상품권 한 장씩을 선물했다. 운 좋게도 우리는 2장을 받았다. 봉투 안에 얼마짜리가 들었는지 내심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냥 크산티페(마누라 별칭)에게 고스란히, 두 손으로 바치는 것으로 끝맺음을 했다.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상품권의 유효기간에 쫓겨 구매한 책은 김지수 저(),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었다. 조금 남은 거스름돈은 불우이웃돕기 함에 슬쩍 집어넣었고,’희사(喜捨)의 기쁨은 지금도 거스름돈처럼 남아있다. 만약 내가 골랐다면, 단언컨대, 이 책은 절대 잡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 취향이 아니었기에. 그런데 이 불편한 진실이 기적(奇蹟)으로 둔갑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책에 적힌 그대로 당시 잠실벌 아니, 전 세계를 들었다 놓았다 했던 명장면을 이 지면에 인용해 보자.

올림픽 때 내가 운동장에서 무엇을 보여줬나? 여섯 살짜리 한 아이가 자기 혼자 굴렁쇠를 굴리는 모습을 보여줬잖아. 그게 노동인가? 놀이지.이해할 수 있겠지? 내가 억만금을 줘도 단체로 흔들면서 신념을 전시하는 메스게임하고 그 놀이를 바꾸겠나? 안 바꾸죠. 절대로 안 바꿔. 그게 내 일생인거야. 매스게임을 하지 않고 굴렁쇠를 굴리는 삶.”

저자는 죽음 후에 출간하기로 했던 망자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했다. 하지만, 이 귀한 지혜가 담긴 유언을 하루라도 빨리 독자에게 전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인지 202110월 자물쇠를 풀고 말았다.

책을 잠시 덮고 과거로 회귀한다. 전 세계인의 축제라 이목이 온통 코리아로 향하고 있었다. 우리는 손님맞이도 중요하지만 축제의 장이 불청객의 장난질로 파투라도 날까봐 전전긍긍하던 참이었다. 특히 모든 경기 순서마다 혈맥 같은 전기는 필수불가결의 요소였다. 현장에서는 전기공급을 책임져야 했고, 자연히 한전의 온 식구들은 구슬땀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월성원자력발전소 기계부 원자로과장이었던 나에게 들이닥친 심적 압박은 상상을 초월했다. 기계부분이 전체설비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으니 안 그랬겠는가? 빠뜨릴 수 없는 그 무렵의 에피소드 한 토막을 소개한다.

아시다시피 그리스에서 채화된 성화는 제주도에서 시작하여 지그재그로 국내 구석구석을 누비며 릴레이식으로 봉송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월성원자력발전소가 동해안 쪽에 자리 잡은 탓에 봉송 루터 일부는 우리가 맡아야 했다. 처음에는 부별로 한 명씩 할당됐는데 우리부서는 자원자가 없어 간부회의 때마다 독촉으로 성가셨다. 하는 수없이 성질 급한 놈이 우물 판다고 그럼 내가 뛴다! 하고 덥석 약속을 하고 말았다.

주자 명단이 확보된 후에는 나라에서 전적으로 관리했다. 어쨌든 봉송날짜를 넘길 때까지는 개인의 자유도 없고 함부로 죽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경주시 월성군에서 집합교육과 현장 구보대형 연습도 여러 차례 해냈다. 특히 유니폼과 신발은 구겨지거나 때가 묻을까봐 당일까지 잘 보관해야만 했다.

198893, 드디어 결전의 날이다. 아침에 깨끗이 목요재계와 단장을 하고 사무실에 나타나니 난리가 났다. 서로 주자로 뛰면 안 되겠느냐며 붙들고 늘어지는 해프닝이 벌어져 한바탕 웃음바다를 이룬 것이다. 일기도 우리의 정성에 답하는지 쾌청했고 봉송도 무사히 마쳤다.

88서울올림픽은 우리나라를 만방에 선전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부인할 자 있을까? 또한, 신나고 어깨춤이 절로 나는 올림픽 송 손에 손잡고(Hand in Hand)’는 가수 코리아나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24회 서울올림픽성화봉송주자 기념패봉송주자요람을 간직하게 된 것은 가문의 영광이었다. 세월은 쉼 없이 흘렀지만, 가끔은 크산티페의 손길로 기념패가 빛나고 있다는 것은 버리진 않겠구나 하는 생각에 기쁨이 두 배가 될 때도 있다.

                                                                                 2024.8.24.세일 박재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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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1

박재준2024.09.04 14:03
본 수필은 22.08.10일짜 울산제일일보 '인생한담' 칼럼에 게재된 것이며
재미로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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