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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할배 할매, 제대로 뿔났다! | 조회수 : 239 |
작성자 : 박재준 | 작성일 : 2025-03-08 |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는 속담이 있다. ‘함함하다’는 ‘털이 보드랍고 윤기가 있다’는 뜻으로. 이 말은 털이 바늘 같은 고슴도치의 지고지순한 모성애를 연상시킬 때 쓰는 것이다. 우리 부부가 손주 녀석을 돌본 지 어언 10년을 지나다보니 고슴도치의 사랑은 식어 버린 지 오래다. 그냥 마지못해 돌보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아니, 뿔이 돋을 대로 돋아 파업 날짜만 저울질 하고 있다고 봄이 옳으리라.
경주시 양남면의 원자력사택에서 평화롭게 지내다가 자녀들이 중학에 입학하고 보니 겁이 덜컥 났다. 결국 입시라는 굴레가 우리 가족을 울산으로 내 몰고 말았다. 잘 자라준 덕분에 아들은 학성고를 거쳐 서울로 올라가더니 변호사로 자리 잡았고 율사(律士)인 며느리와 일가(一家)를 이루면서 손주녀석도 하나 더해졌다. 지금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서울 사돈집에 들어가 사니 데릴사위 같기도 하지만 엄연히 박가 가문(家門)의 자손인 것만은 틀림없다(이하 친박).
간호학을 전공한 딸은 전문직으로 근무하던 중 사내 커플이 되어 석씨(昔氏) 가문으로 시집가는 바람에 두 놈의 손주녀석이 생기고 밀았다(이하 비박). 젖떼기 전부터 거두었으니 맞벌이 자녀를 둔 할배, 할매의 표본이라 봐도 틀린 말이 아닐 게다. 팔불출 같지만, 이 글을 쓰기 위해 이틀에 걸쳐 자동차로 다닌 거리와 소요시간을 측정해 평균한 값이 8킬로미터에 25분이다.
뛰어다닌 코스는 사위 집, 필자 집, 초등학교, 학원1, 학원2 이었고, 등하교 시간은 요일마다 천차만별이었다.
하교시간은 월요일 4시10분, 화요일은 2시50분, 수요일은 3시20분, 목요일은 2시, 금요일은 4시10분, 토요일은 12시20분 하는 식이었다. 등교시간은 통상 8시40분이지만 가끔 수업 전 특활반 교육이 있을 때는 8시 까지 큰 녀석을 먼저 등교시켜야한다. 그렇잖아도 깜빡깜빡하는 나이에 이렇게 기억할 시간 스케쥴이 복잡해야 하는지 화가 치밀 때가 많다 그래도 혹시나 잊어버릴까 싶어 시간표는 아예 차 안에 붙여 놓았다.
하루 일과의 시작은 비박들의 등교시간에 맞춰 깨우고, 씻기고, 갈아입히고, 먹이는 일이다. 학교에 태워주고 나면 다시 할매를 집에 데려다 주고 사무실로 출근한다. 혹시 출장이나 행사로 인해 빠질 경우는 할매가 이 모든 것을 도맡아야 하니 아예 사위집에 며칠간 머물기도 한다.
요즘은 토요일 오후가 목 빠지게 기다려진다. 딸 내외가 퇴근길에 비박들을 몽땅 데려가기 때문이다. 이후 시간은 월요일까지 자유로우며 주일날은 하나님 앞에 예배를 통해 영육간의 진정한 쉼을 얻는다.
몇 년째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허우적거리는 소문이 팔도강산에 쫙 퍼졌는가보다. 어느 후배 결혼식장에서 옛 동료들과 정담을 나누던 중 황모 후배가 한 고백에 그만 웃음꽃이 만발했다. 얘기인즉, 딸의 혼사 전 사위에게 “신혼집은 반경 100km 이상 떨어있지 않으면 내가 이사를 가겠다”고 단단히 서약서까지 받아 두었다는 것이다. 참 현명한 처사임에 틀림없어 박수를 보낸다오.
작금의 화두가 저출산, 3포 5포세대 등 국가 사회적으로 고민이 깊어진다. 살집과 취직이 문제가 아니라 후세대 양육이 최대 걸림돌이 아니겠는가?
학교수업시간을 통일하고 정부에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주 52시간을 학교 교육 현장에서 먼저 시행하고 내실 있게 과정을 편성하여 학원으로 내모는 것을 교실에서 담당하면 어디 덧날까?
학부형들도 직장마다 정부정책에 따를 것이므로 자연스레 하교시간에 아기들을 만나서 반가움에 웃음꽃 피우며 데려가지 않겠는가?
정부에서 각종 어린이 수당 몇 푼 쥐어주고 사학기관에 갑질 하느니 보다 공교육 육성에 건곤일척하고 부수적으로 노인들에게도 누릴 자유가 있다는 것을 고려 해 주면 고맙겠다.
동병상련 심정으로 친박을 거두어 주시는 서울 사돈께 괜스레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무한 감사함에 머리 숙여진다.
솔로몬의 지혜를 그리면서….
2025년 2월 25일 박재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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