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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기괴한 세상의 풍물(風物)이 한 자리에 | 조회수 : 53 |
작성자 : 박재준 | 작성일 : 2025-06-04 |
기괴한 세상의 풍물(風物)이 한 자리에
인류가 지구상에 내던져지고 나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 것이 먹거리와 노닥거리 찾기가 아니었을까 한다. 편의상 전자를 직업, 후자를 취미(消日)라 부르자. 나는 워낙 한미한 존재라 인류문화사적 분야는 문외한이고 단지 인생2모작을 맞이하면서 취미생활 즉 소일거리를 찾고 벗 삼아 이루어 낸 것을 진솔하게 소개 하고자 한다.
총체적으로 서 너 개 되고 첫 번째 이룬 것이 나이 54살에 3개월간 열심히 배워 한식요리사 국가자격증을 취득한 것이고, 두 번째는 2018년 12. 11. 제일일보에 등재된 《 제각각 사연이 담긴 지팡이》였고, 세 번째는 2019년 01.16 《질병으로부터 해방이 가능한가?》로 기(氣)의 세계를 소개함으로써 독자들로 부터 상당한 공감대를 이루었다. 네 번째는 조금 독특하다. 희귀한 성경책 1권, 발행 및 판매는 1804년, 흠정 역 성경(일명 K.J.V. 버전), 카나다 체류 시 Mr. Glen Culp 라는 지인이 건네 준 것이다. 워낙 고어체로 쓰여 장식용으로 보관 중이며 사용빈도가 낮은 게 흠이나 엄연히 가보로 올라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것은 나의 마지막 취미활동이며 죽음의 침상까지 아니 유언장에 까지 남기고 싶은 소품(小品,영어로는 knick-knack)에 얽힌 일화이다.
30여 년 전 한국전력 월성원자력건설소에 근무 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당시에는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하고 법상으로도 민간인은 쉽사리 외국환을 소지 할 수 없었던 시절, 운 좋게 나는 3차례에 걸쳐 캐나다 기술연수를 가게 되었다. 월성1호기는 15년 정도 가동 중이었고 2,3,4 후속기 세 대는 건설이 시작되어 기술 전수 차 일행 16명을 인솔하는 책임을 맡고 출발하게 되었다. 그래도 나는 이력이 붙었지만 나머지 일행들은 생애 첫 나들이라 걱정과 설렘이 컸었다. 현지 교육안내원의 친절한 도움으로 엔지니어링본사 부근에 개별숙소, 차량구매, 사무실배정 등은 무리 없이 일사천리로 처리 되었다. 하지만 나 혼자 멀리 떨어진 전철역 종점인 키플링지역 반 지하 방에 거처를 정하고 우선 출석 할 교회를 물색했다. 우리나라에는 교파를 고려해야 하지만 이곳은 그렇게 요란스럽지는 않아 쉽게 안착했다.
어느 날 예배 후 길거리 벼룩시장에서 골동품 소품(황동 주전자)을 발견하고 호기심과 설렘으로 즉각 구매했다. 아마 당시 가격으로 50센트(500원 정도)쯤 아닐까 한다. 이것이 평생 놓지 못하는 껌딱지 같은 나의 애장품 제1호로 자리 잡은 계기가 되었다. 집에 도착 후 비누로 안팍을 깨끗이 닦고 요모조모 찬찬히 뜯어보니 인도산이며 어떻게 이런 소품을 정교하게 만들었을까? 경탄했고 그 후로 부터 애정이 스멀스멀 싹트기 시작되었다. 한마디로 ‘황홀’ 그 자체였다.
한갓 조그마한 물건 하나가 1년 체류하는 동안을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펴고 주말이면 의례히 장소 불문하고 주유천하 골동품가게를 찾아 헤매게 되었다. 북미지역은 여러 다문화 이민으로 구성된 나라로 자연스럽게 이삿짐 속에 딸려와 결국에는 골동품가게로 유입 되었으리라. 아무리 조그마한 도시라도 골동품상회는 반드시 자리 잡고, 빈손으로 돌아오는 일 없이 항상 운전석 대시보드위에 올려두고 소품을 감상하며 콧노래를 불렀으니 귀가 길의 피로는 자연스럽게 말끔히 씻어진 것이다. 심지어는 미국 중심부 해리스버그 골동품종합전시장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자꾸만 불어나는 숫자에 신이 났고 작은 방안에 쫙 깔아 놓고 하나하나 감상하며 세계의 풍물을 뒹굴면서 맛보는 재미는 무엇과 비교하랴!
귀국할 때 부산세관에서 일어난 일화다. 당시만 해도 값비싼 외국가전제품이 인기였기에 우리연수생들은 엄청나게 덩치 큰 냉장고나 텔레비전 등을 가져왔다. 물론 관세도 많이 물었다. 그러나 나의 짐은 조그만 종이박스가 전부였고 풀어 헤쳐 본 세관원 말이 “무슨 이런 잡동사니를 가져왔소, 얼른 챙겨 가져 가시요”하고 쉽게 통관 해 주었다. 속으로 이 양반아! 돈으로 따지면 비싼 가전제품과는 비교도 안 된다오. 큭, 큭….
전체 개수는 250점 정도였으며 지금도 숫자는 느리지만 계속 증가하고 현재는 550점 언저리로 진열장에 고이 모셔져있다. 종류는 잘 깨어지는 유리나 도자기류는 배제하고 금속(metal)류만 고집한다. 종, 재떨이, 다리미, 화분, 향로, 각종 동물종류, 저울추, 성모상 등등 일일이 거명이 어려운 것들이며 압권은 세계에서 제일 작은 술병과 술잔 세트가 아닐까 한다. 마누라도 처음에는 시큰둥했지만 주위 아주머니들의 칭찬과 감탄에 물들어 가끔 먼지 닦는 모습에 이제는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을 것으로 안심이다. 나의 수집벽을 아는 지인들은 여행 중에 발견한 소품들을 선물로 가져오니 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한 때는 중앙일보의 “나의 애장품” 코너에 싣기로 섭외까지 마쳤는데 어떤 곡절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만 신문사 사정으로 중도하차 하는 불운도 있었다. 우리도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상품을 만들어 관광지나 골동품상회(Antique shop)에 전시하면 세계적인 외화벌이가 되지 않을까? 나와 같이 소품의 매력에 빠진 수집광이 지구촌 곳곳에는 있을 터이니 그들뿐 아니라 이런 취미 동호인 상대로 on-line 판매시장도 개척하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
2025년 06월 04일 박 재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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