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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교실 속 자존감 독후감 | 조회수 : 1037 |
작성자 : 정선희 | 작성일 : 2014-05-28 |
첨부파일: 교실속자존감독후감-정선희.hwp(25K) |
해마다 스승의 날 주간이 되면 좋은 선물로 섬겨주시는 담임목사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광고지를 통해 이 책을 보고는 구입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선물로 받게 되어 더 감사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자존감.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힘.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 속에서 자꾸 시선이 가는 아이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학습부진아 수업을 맡아 할 때도 대상 학생들은 자신들에 대한 낮은 자존감을 보였으며, 담임교사를 하면서 만나는 아이들을 상담하다보면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아이들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의 자존감을 세워줄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늘 마음 속에만 묻어 두었던 것 같다.
책 속의 내용은 사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많이 부족하지만 늘 학생들을 칭찬하고 격려할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기도하며 일과를 시작한다. 지적이나 책망보다는 칭찬거리를 찾으려고 애를 쓴다. 정말 무엇을 칭찬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아 한참을 고민할 때도 있다. 어떤 때는 이런 일들이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다. 누군가를 마음에 품고,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날마다 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엄습하면 마음이 더욱 불편해진다. 기도 시간이 필요함을 알기에 매일 알람을 맞추고 잠자리에 들지만 새벽마다 끄고 다시 잔다. 이런 불편함들이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하는 때가 바로 이맘 때쯤인 것 같다. 정신없던 3, 4월이 지나고 새학기 학교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는 이 때쯤 지치기 시작하는 것이다.
오늘 3교시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반 아이 하나가 울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는데, 왜 울고 있는지 물어도 대답이 없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4교시 수업이 비는 시간. 순간 갈등 했다. 이 책을 마저 읽고 독후감을 써야 하는데, 점심을 먹고 급식지도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책 속의 이야기보다 내 눈 앞에 있는 아이가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워낙 말이 없는 아이라 아무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유도 질문을 해도 시원하게 대답을 하지 않아 답답했다. 점심시간이고 해서 아이를 데리고 급식실로 갔다. 다른 학생들은 아직 수업 중인데 이 아이는 나와 함께 먼저 식사를 했다. 그리고 잠깐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와 함께 학교를 벗어나 잠시 걸었다. 마트에 가서 과자를 사서 다시 학교로 돌아와 주차장 쪽 그늘에 앉아 함께 과자를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신앙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게 되었고, 이번 주에 중등부 친구초청행사가 있으니 오라고 초대도 했다. 아이를 위해 기도해 주고 5교시 수업을 보냈다.
반 아이들이 잘 지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학생들 사이에 약간의 미묘한 갈등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 작은 갈등이 오늘처럼 갑자기 불거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평소 내성적인 이 아이가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갈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종례 시간에 이 책에 있던 감정을 표현하는 I Statement를 사용해 보았다. 여학생들에게 자신의 감정에 대해 문장을 완성하여 써 내도록 했다. 그랬더니 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잘 적어 냈다. 이런 일들이 생길 때마다 힘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서 기대가 되기도 한다.
기다려 주고 참아 주는 것, 끝까지 믿어 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임을 안다. 그런데 그 앎과 실천이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다. 오늘 방과후에 감정이 폭발하고 말았다. 종례 후 과제를 해내지 못한 학생들 4명을 남겨 두고 지도하는데 한 학생이 계속 한숨을 쉬며, 왜 남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둥, 과제가 너무 힘들다는 둥 불평을 쏟아 놓았다. 몇 번 주의를 줬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나도 일찍 퇴근해서 병원을 가봐야 하는 상황인데 과제를 집중해서 할 생각은 하지 않고 불평만 해대고 있는 것 같아 정말이지 욕을 내뱉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 시간 반을 그러고 있다가 과제를 다했는지 일어서더니 과제물을 교탁 위에 휙 던지듯 두고는 가방을 메고 교실문을 나서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폭발을 하고 말았다. 학생을 불러 세우고 복도로 데리고 갔다. 너로 인해 내가 몹시 기분이 나쁘고 지금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 학생은 당연히 내가 왜 그런지 다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학생의 부정적인 태도와 예의 없음에 대해서 무척 화가 났음을 일러 주었다. 더 이야기를 나누면 서로의 마음이 더 상할 것 같아서, 학생에게 내일까지 편지를 써오라고 하고는 집으로 보냈다. 수십 명의 학생을 대하는 방법은 당연히 수십 가지다. 그 방법을 다 알 수도 없다. 그때 그때 주어지는 지혜로 풀어갈 때가 대부분이다. 우아하게 독후감을 쓰고 싶었으나 결국 현실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 오히려 은혜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렇게 부족하기에 하나님이 주신 은혜가 아니면 한 순간도 버틸 수 없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어떤 교사인가? 집이 가난하여 직장을 다니며 야간대학을 다녀야 했다. 저자의 고백처럼 나 또한 가난했기에 내가 학비를 벌어가며 공부를 했고, 그 과정에서 나의 자존감이 성장했던 것 같다. 그리고 부모님에 대한 원망, 좋은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다는 열등감은 하나님을 믿으면서 서서히 마음이 바뀌고 회복되었던 것 같다. 여전히 열등감이 엄습할 때가 있지만 내가 열등감에 빠질 때마다 하나님은 정말 신기한 방법으로 위로해 주신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마음을 다잡는다. 읽고 느끼는 데서 끝내지 않기 위해 적용해 볼 수 있는 것들이 나오는 페이지 대여섯 군데를 접어 두었다. 시간을 들여 노력하고 그들을 위해 마음을 쓰지 않으면 그들도 나도 변하지 않는다. 내일 어떤 눈으로 우리 반 아이들을 바라보아야 할지 지금은 모르겠다. 내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 분명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실 것이고, 이 일들을 통해 협력하여 선을 이루실 줄 믿는다. 나는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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