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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가족사(Family history)발간! | 조회수 : 288 |
작성자 : 박재준 | 작성일 : 2024-11-05 |
한 건 했다! 아시는 바와 같이 다양한 상황에 적용되는 말이다. 정치가는 상대를 코너로 몰아 꼼짝달싹 못 하도록 옥죌 때이고, 사기꾼이나 도둑들이 일확천금을 손아귀에 넣고 음험(陰險)한 미소를 지을 때….
얼마 전 일이다. 사무실에서 성경을 보던 중 예감에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았다. ‘오늘이 그 날’. 쇠뿔도 단김에 빼라 하지 않던가.
유에스비(USB)를 챙겨 프린트가 있는 곳에 갔다. 반가운 얼굴들과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곧바로 컴퓨터에 매달렸다. 이 기운이 식기 전에 결과물을 낚아채고 싶었다. 인쇄 중에는 들뜬 마음을 숨기려고 표정관리에 바빴다. 흑백 98쪽, 칼라 20쪽에다 기 확보 분 50여 매라 제법 두툼한 분량이다.
나의 가족사(家族史)다. 정확히는 ‘신라1대왕 시조(박 혁거세) 할아버지, 64세 재준의 일대기’ 다.
그런데 오늘따라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아예 문짝을 걸어 잠그고 땀이 벨 거추장스런 껍데기는 다 벗고 중요부위 만 가렸다. 개인 사무실의 매력이란 바로 이런 것인 듯하다. 긴 탁자 위에 원본, 사본1&2를 줄 세우고 한 장 한 장 확인 후 간지와 리필비닐에 넣기를 계속하니 다리가 저려온다. 그래도 좋았다. 냉커피도 한 잔 걸치며 연신 땀을 훔친다.
슬슬 끝이 보인다. “게으른 놈 밭고랑부터 센다”고 꼭 나를 두고 한 말 같아 쓴 웃음이 난다. 바깥에는 어둠이 내려앉는다. 눈도 침침하던 차 드디어 끝장에 도달했다. 마지막 밭고랑까지 꼭 13년이 걸린 셈이다. 야호~~
“나 같은 한미(寒微)한 존재가 웬 가족사냐며 망설이기를 여러 차례…. 결정적 전환점(Turning point)은 2011년 한전창립 100주년 기념식에서 ‘영웅상’을 받고, 주위 분들의 격려와 메스컴을 탔던 게 발단이었다.
내친김에 아들, 며느리에게 고한다. 앞으로 한전 150주년이 될 2048년에는 꼭 이 회사 홍보실에 연락해서 증보된 ˂한국전력통사˃를 받아서 챙겨놓거라. 어쩌면 그때쯤, 이 아비는 저 세상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가족사(家族史, family history)탄생 배경과 목적에 대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간략히 소개한다.
* 나의 뿌리 추적 * 가까운 조상님의 삶의 흔적 * 아버지지의 진솔한 고백과 개인 역사 * 우리 가족의 기독교 신앙관 확립 * 뿌듯한 자부심과 삶의 객관적 평가를 받기 위함이다.
가족사를 적은 책의 발행 부수는 3부로 생각하고 있다. 원본은 마누라가, 부본은 딸과 며느리가 각 1부씩 갖도록 말이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임종을 앞두거나 또는 기력이 급격히 떨어진 어느 시점에 유언(遺言)과 함께 공개할 것이다. 확실히 마누라는 나 보다 13년은 더 오래 살 것이라 믿는다. 생물학적으로 6년차, 사회통계학적으로 여성이 7년 더 장수하니 그렇다는 말이다.
이제 마지막 당부를 할까한다.
짧은 기간에 함께 했던 조부모, 부모 세대와의 생활에서 남겨진 것은 고작 기역의 파편인 추억밖에 없단다. 그래서 너무나 애석하다. 너희들은 ‘기록은 역사가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했으면 한다. 그리고 내가 모범을 보인 것 같이, 바인더에다 너희들의 일대기도 적어 넣어서 가문의 역사를 오래 이어가기 바란다“
원본만 챙기고 사무실을 나서니 발걸음도 가볍다. 나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중 ‘가족사’를 지운다. 오늘 나도 한 건 했다!
2024, 11, 05 박재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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